"전립선암, 진행 상태에 맞는 치료 선택해야" 비뇨의학과 정재영 교수①
전립선은 방광 아래에서 요도를 감싸고 있는 생식기관이다. 호두 크기 정도로 작지만, 하는 역할은 다양하다. 정액의 일부를 생성하며 전립선액을 분비하여 정자에 영양을 공급한다. 요로감염을 예방하는 것도 전립선액의 역할 중 하나다. 이 전립선은 나이가 들면 크기가 변하거나 병이 생기기 쉬운데, 최근에는 전립선암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립선암 환자는 13만 5,119명으로 2019년 대비 39.5% 늘었다.
전립선암 환자 수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지금. 국립암센터 정재영 교수(비뇨의학과)에게 전립선암의 위험 요소와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q. 전립선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위험 요인이 궁금합니다.
전립선암은 50대 이상의 나이가 많은 남성에서 많이 나타나는 암입니다. 따라서 전립선암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고령의 나이'를 꼽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전립선암 환자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근래에 들어서 전립선암 환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인데요. 그 이면에는 식습관의 변화가 있습니다. 본디 전립선암은 서양에서 호발하는 암으로, 우리의 식생활이 고지방 식이, 육식 위주의 식습관 등 서구화되면서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가 많이 시행되면서, 특별한 유전자 변이에 의해 전립선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안젤리나 졸리를 통해 널리 알려진 'brca 유전자'인데요. 유방암·난소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이 유전자의 변이는 남성에서는 전립선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 비만한 분들은 그렇지 않은 분들에 비해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높다고 알려졌습니다. 즉 전립선암은 인종, 유전적 요인, 나이, 비만, 식습관 등의 위험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암종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q. 전립선암의 대표적인 치료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진단 당시의 암의 병기, 스테이지라고도 하는데요. 1기, 2기, 3기, 그리고 전이가 있는 4기 중 어떤 병기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달라집니다.
전립선암을 초기에 진단한 경우에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고, '대기 관찰 요법'을 시행합니다. 치료를 하지 않고 기다려보다가 전립선암이 진행하는 양상을 보이면 그때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죠. 초기에 진단된 부드러운 암인 경우에는 나중에 치료를 진행해도 결과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대기 관찰 요법을 할 수 있습니다.
전립선암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전립선암 로봇수술, 방사선 치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 국소 치료 요법이라고 해서, 전립선 전체를 치료하는 것이 아닌 암이 있는 부분만을 치료하기도 하는데요. 흔히 고주파 치료라고 일컫는 '하이푸(hifu)', 냉동요법을 근간으로 하는 '냉동치료'가 국소 치료 요법에 해당합니다.
전립선암이 3기 정도로 진행된 경우나 전립선 주변으로 침윤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이나 방사선 단독 치료로는 완치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수술, 방사선 치료, 혹은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병합 치료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4기 전립선암으로 진단된다면, 안타깝게도 완치 목적의 치료는 어렵습니다. 이때는 항암제를 근간으로 하는 약물 치료를 중심으로 진행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q.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치료의 한계점은 무엇인가요?
전립선암은 고령의 나이에 발생하는 암이기 때문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강 상태가 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수술, 방사선 치료, 특정 약물 등 똑같은 치료를 진행해도 건강 상태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진행된 암의 경우에는 항암 약물 치료를 하면 어떤 분들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또 어떤 분은 6개월이 채 안 돼서 내성이 생겨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암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치료제에 따라 반응 기간이 짧은 분들은 1단계 치료를 한 후 2단계, 3단계로 빠르게 넘어가야 합니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q. 그럼, 이 같은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개발 중인 새로운 치료법이 있나요?
전립선암뿐만 아니라 최근 모든 암종의 치료 패턴이 조금 변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전립선암, 폐암, 간암 각각의 암종의 병기에 따른 치료제가 정해져 있었는데요. 최근 들어서는 각각의 암 환자들이 갖고 있는 암의 특성,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치료제를 사용합니다. '환자 맞춤형 치료'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죠.
전립선암의 신약 개발은 크게 두 가지 중심축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전립선암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표적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립선암이 발생했을 때 유전자 복구 기전에 이상이 있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파프(parp) 억제제라고 하는 특별한 치료제를 개발하여 투여하면 효과적인 치료 반응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psma라고 하는 '전립선 특이막 항원'이 있는데요. 최근, 이 항원에 특이하게 반응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개발해 암세포만을 타겟팅하는 치료법을 개발 중입니다. 전립선암이 발현하는 특별한 표면 항원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탑재하여 정맥주사를 하면, 이것이 암세포만을 사멸시키는 방식입니다.
기획 = 김혜연 건강 전문 아나운서
도움말 = 정재영 교수(국립암센터 비뇨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