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전립선암 치료, 주목해야 할 신약은…" 비뇨의학과 정재영 교수②
신약 개발 소식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준다. 특히, 치료가 힘든 질환이라면 신약 개발 소식이 더 반갑기 마련이다. 최근 전립선암 분야에서 이 신약 관련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국립암센터 정재영 교수(비뇨의학과)는 최근 전립선암을 치료하는 신약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특히 린파자와 플루빅토의 경우 항암치료에 내성이 생긴 이들에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돼 전립선암 생존율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전립선암 치료 분야의 연구 동향을 정재영 교수와 함께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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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전립선암, 진행 상태에 맞는 치료 선택해야" 비뇨의학과 정재영 교수①
q. 현재 연구되고 있는 전립선암의 신약 기술이 궁금합니다.
현재 연구되는 전립선암의 신약 기술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먼저 car-t세포 치료가 있습니다. 현재 치료가 어려운 혈액암 환자분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치료법인데요. 쉽게 이야기해 보자면 이런 겁니다. 환자의 피를 추출하면 그 안에 t세포라고 하는 면역세포가 있는데요. 이 t세포에 특정 암종에 잘 적용할 수 있는 항원을 감작시킵니다. 환자분의 t세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서 다시 주입하는 것이죠. 그러면 t세포가 환자 몸에 들어가서 암세포를 인지하고, 이를 사멸시킵니다. 이 같은 면역치료는 이상적인 치료법이기 때문에 혈액암 외에도 전립선암, 폐암 등 여러 고형암에 대한 치료 약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항체에 항암제를 부착시키는 항체-항암제 복합 치료 약제도 활발히 개발 중입니다. 항체가 전립선암을 찾아가고, 이후 부착된 항암제가 치료 효과를 내는 기전인데요. 이는 전립선암에 특이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점,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정상 세포 및 조직에는 항암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치료법으로 평가받습니다.
'bite'라는 약제도 있습니다. 전립선암 표면에는 'steap1'이라고 하는 표면 항원이 있는데요. 우리 몸에 있는 t세포와 steap1을 인지하는 치료제를 주입함으로써 전립선암 세포를 인지하고, 동시에 t세포를 항진시키는 방식의 치료법입니다. 즉 bite는 우리 몸에 있는 면역 기능이 암세포를 파괴하도록 하는 기전이죠. 이 치료법은 곧 전립선암 환자에게 적용될 예정이고요. 국내에서도 3상 임상 연구가 곧 시작됩니다.
마지막으로 'protac'이라고 해서, 암세포에 작용하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기전을 활성화시키는 치료 약이 있습니다. 전립선암뿐만 아니라 각종 고형암에 이 protac 기술을 이용하여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이 역시 국내에서 곧 임상 시험이 시작될 예정이며, 많은 환자가 이 임상 시험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신 분들이 계실 텐데요. 임상시험은 어떤 경우에 참여가 가능할까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국립암센터에도 사실 신약, 표적 치료제 등 임상 시험에 참여하길 원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주로 현재의 표준 치료를 많이 진행하시고, 이에 내성이 생긴 분들이 임상 시험 참여를 원하시곤 합니다.
임상 시험에 쉽게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지만, 사실 임상 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환자분이 원하는 임상 시험이 당시에 열리지 않을 수 있고요. 여러 임상 시험이 열려 있다고 하더라도 병의 상태, 이전 치료력, 건강 상태 등을 까다롭게 확인하는 스크리닝이라는 작업을 거쳐야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임상 시험 참여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q. 신약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되는지도 궁금한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물 실험, 실험실에서 하는 전임상 단계가 있고요. 전임상 단계에서 가능성을 보여 승인을 받은 신약들은 1상, 2상, 그리고 3상 임상 시험을 거칩니다. 이 역시 통과하여 효능이 입증되면 그제야 환자들에게 시판되죠. 시판된 후에는 4상 임상시험을 한 번 더 거치게 됩니다.
보통 250개의 신약 중 1개가 선택되어 1상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알려질 정도로, 이 과정을 통과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시판이 되기까지 짧게는 8년에서 길게는 약 15년의 세월이 걸리죠. 참고로 하나의 약이 시판될 때까지 많게는 10~15억 달러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이렇게 신약은 오랜 여정을 거쳐 환자분들 앞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q. 최근 개발된 신약 중,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면요.
전립선암 치료에 적용할 수 있고, 전립선암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2개의 치료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brca 유전자 변이를 가진 분들에게 효과적인 '린파자'라고 알려진 parp 억제제입니다. 두 번째는 최근 국내에 승인된 '플루빅토'라고 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제입니다.
q. 린파자와 플로빅토, 기존 치료법과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나요?
전립선암은 특이하게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안드로겐에 의해 암이 진행됩니다. 그래서 기존 전립선암 치료는 남성 호르몬을 차단하거나 남성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중심축에 작용하는 약제를 사용, 개발해 왔습니다.
그런데 전립선암은 결국 남성 호르몬에 반응하는 경구약제, 항암 화학요법 등 모든 치료에 불응하는 단계로 진행하게 됩니다. 치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단계에 이른다는 의미죠. 그런데 이렇게 내성이 생긴 분들에게 최근 개발된 린파자와 플루빅토를 투여하면 치료에 반응을 보입니다. 정밀 의학에 근거하는 치료제로 인정받고, 효과도 뚜렷하다는 점에서 두 약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q. 비용도 중요한 부분이겠죠. 신약 약가는 어떤 과정으로 책정되나요?
시판 가격은 약제를 개발한 다국적 제약사에서 결정합니다. 다음 정부에서 보험심사평가를 하는데요. 보건복지부에서 95%를 지원해 주고, 환자는 5%만 부담하는 경우도 있고요. 선별 급여라고 해서 나라에서 70%를 지원하고, 환자가 30%를 부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가가 정해지는 데는 보통 2~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q. 마지막으로, 환자분들이 신약이나 임상 시험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보건복지부 사이트에 들어가면 '한국 임상시험 포털'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서 전립선암을 검색하면 국내에 열려 있는 임상 시험들을 조회할 수 있고요. 최근 임상 시험 중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쉬운 방법은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의 주치의 혹은 교수님들께 문의하는 것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임상 시험이 국내에 있는지 질문하시면, 의료진이 조회해서 알려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 = 김혜연 건강 전문 아나운서
도움말 = 정재영 교수(국립암센터 비뇨의학과 전문의)